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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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진정한 영웅

작성일
2017.11.07

 

진정한 영웅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을 읽고

 

[충북] 청주진흥초등학교 초등학교 6학년 6반 박현*

 

 

 ‘탁탁탁’ ‘꾸욱 꾹’

 

  기절한 척 누워있는 인형을 깨워 데려가기 위해 구부러진 손가락 세 개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이다. 작은 유리창에 딱 붙은 사람들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온 신경을 모으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인형들만 노려보고 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손에 쥔 조이스틱을 뽑아버릴 기세다. 간혹 환호성도 들리지만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더 많이 쏟아진다. 얼마나 안타깝고 짜증이 날까. 인형을 손에 넣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구경하는 나에게도 전해진다. 계속해서 동전투입구는 동전을 낼름 낼름 받아만 먹는다. 인형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로 한번 더를 외치며 끝날 줄 모르는 손가락 운동을 계속한다.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의 긴장감, 인형이 출구를 나갈까말까 나와 밀당 할 때의 짜릿함. 작은 인형이라도 손에 넣었을때의 성취감. 그것이 누구나 인형뽑기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용돈이 부족해서 인형뽑기를 자주 할 수는 없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넘친다. 그곳에는 나처럼 재미를 찾는 청소년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우리들이나 하는 게임으로만 생각했다. 설마 어른들도 인형뽑기 같은 것을 할까. 우리처럼 호기심이 많을 나이도 아닌데 말이다 ‘나의 슈퍼 히어로 뽑기맨’에는 인형뽑기에 푹 빠진 어른이 등장한다. 그것도 우리중 누군가의 아빠에 관한 이야기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빠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쳤다. 아빠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지자 하루하루가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팔을 다쳐 깁스를 했을때 밖에 나가 놀 수도, 혼자 씻거나 먹는 것도 어려웠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집에만 있게 되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매일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매일 심심해하던 아빠는 어느날 터덜터덜 집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뽑기 기계가 눈에 띄게 된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뽑기 기계가 유쾌하고 웃음기 많은 아빠로 변신시킬 줄이야.

 

  제목이 특별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읽을수록 점점 황당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하고 무서운줄만 알았던 아빠가 어린아이마냥 뽑기에 빠지다니. 그에 반대하지 않고 응원해 주는 엄마도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엄마 같았으면 매일 나가는 아빠의 뒤를 미행하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 눈에는 쓸데없이 돈을 쓰고 아이들이나 하는 인형뽑기 기계 앞에 서 있는 아빠가 부끄러워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 하지만 책 속의 엄마는 우리 엄마와는 사정이 다르다. 아픈 이후로 아빠가 그렇게 웃은 적은 처음이라 그냥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다. 동전 몇 개쯤 버리고 아빠가 많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엄마는 더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할아버지들을 보는 경우가 드물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뽑기맨’의 영감님도 평소에는 다른 할아버지들과 똑같이 미소를 숨기고 다닌다. 다른 노인들과 다름 없이 말이다. 그러다 뽑기기계 앞에만 서면 표정이 돌변한다. 온몸이 아프다고 엄살 부리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어깨로 기계를 쳐서 뽑기상품을 떨어뜨리는 ‘숄더 어택’ 기술도 발휘한다. 할머니를 오래전에 떠나보내고 지체장애가 있는 아들과 생활하던 영감님도 주인공 아빠처럼 우울했었나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바로 뽑기. 자신이 즐겁게 집중할 수 있고 상품도 얻으면서 만족할만한 일이 뽑기였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주인공 아빠의 마음도 들여다 보셨는지 각종 뽑기 기술을 전수해 주면서 아빠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 사람도 위로해 주는 적극적인 영감님이 무척 멋있게 느껴졌다.

 

  나도 ‘뽑기맨’의 아빠와 같은 일이 있었다. 다친 팔의 깁스는 풀게 되었지만 오래 쓰지 않아 구부러진 채 좀처럼 펴지지 않는 팔꿈치 때문에 고민하던 때다. 그대로 굳어버리면 어쩌나 잔뜩 걱정하던 나에게 엄마는 ‘클라이밍’ 이라는 암벽등반 스포츠를 추천했다. 처음에는 그냥 힘들고 팔만 더 아파지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가 보았다. 나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다. 벽에 딱 붙어서 벽을 오르는 것이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았고 하늘 높이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무엇보다 근육이 점점 생기면서 힘이 생긴 팔이 조금씩 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았다. 좋지 않은 생각을 떨치고 재미에 집중하면서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성취감은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마음만 생기게 했다.

 

  주인공 아빠는 인형뽑기를 하며 우울한 마음을 위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생각됐다. 비록 부모님들이 걱정스럽게 인상을 찌푸릴 인형뽑기라도 말이다. 웃음을 되찾고 그 유쾌한 기분이 가족의 마음까지 밝게 만들었으니 나는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왜 아빠를 보고 슈퍼 히어로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제까지 나는 영웅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악당을 처단하는 줄만 알았다. 자신의 힘든점이나 괴로운 점을 극복해도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아픈점은 이겨내고, 견뎌내고, 좋은점은 간직하고 기억하는 그런 영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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