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대 이집트 언어 해석의 발판이 되었던 로제타석의 발견부터 이를 바탕으로 실제 성체자(고대 이집트 문자)의 해독에 뛰어든 수많은 천재 학자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당연하게도 실화 기반의 논픽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저자의 필력과 구성 능력 덕분인지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극적이고 흥미로워서인지 지루할 틈이 없이 계속 책장이 넘어갔다. 로제타석의 발견과 관련된 행운, 로제타석의 해독과 관련되어 어떤학자의 시도와 실패, 다른 학자의 새로운 접근과 실패, 여러번의 실패 끝에 얻은 실마리, 각종 고고학적 발견이 이뤄진 상황 및 그 전후의 열강구도(정치상황),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두 천재들의 해독 경쟁구도, 새로운 실마리를 얻게된 고고학자들의 탐험 이야기 등등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서 마치 어드벤처영화,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으로 몰입해서 보았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성체자는 표의문자인가? 표음문자인가? 다음 해독을 위한 접근 법은 무엇인가? 그래서 과연 이를 완벽하게 해독해 내는 자는 누굴까?? 이와 같은 나의 물음표들이 어떻게 완결이 될지 너무나 궁금하고 빨리 결말을 보고싶어 달려가게 만들었다.

이 책에 묘사된 하나의 잊혀진 문자를 되살리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문자(그 바탕이 된 언어)에 담긴 너무나 많은 역사,문화,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를 참으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문자의 발단으로 부터, 조금더 복잡한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발전사, 가독성을 위한 여러 장치들, 심미성 등등 너무나 많은 당대의 상황들이 모두 녹아들어있는게 언어이자 문자 체계라는것이 많이 느껴졌다.

이 책이 재밌게 읽히는데에는 성체자 해석의 각각의 단계에서 처하는 해독자들의 어려움 및 해당 언어의 특징을 현대 우리가 그나마 잘 아는 영어의 경우에 빗대어서 묘사하여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도 많은 영향이 있다고 보였다. 또한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우리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할수 있도록 여러가지로 많은 주석과 보충 설명등등을 해준 번역자의 공도 정말 큰 것 같다고 느꼈다.

아무튼 로제타석의 해독에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더불어 저자의 맛깔난 구성과 훌륭한 번역까지. 너무나 재밌고 강추할만한 책을 발견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았던 문장중 몇개를 인용하며 이 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로제타석에 새겨진 부호를 손가락으로 더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쓴 사람들의 마음을 추적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병사들은 연구자들이 도대체 왜 (이집트) 원정에 따라온 거냐고 비난했다. 한줌의 쓸모없는 지식인들에게 깨진 돌 더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려고 용사들이 사막에서 죽어나간다고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그러나 역사를 만들게 되는 것은 그 한줌의 사람들이었다. (중략) 군대는 잊혔지만, 연구자들은 2천 년 동안 닫혔던 문을 열어젖혔다."

테라리움